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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후기

제 글에 오류가 있네요. 정정합니다 :)

제 티켓에 적힌 날짜가 오늘까지라서 오늘이 사진전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티켓의 유효기간이었습니다 ㄷㄷㄷㄷ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은 2월까지 진행된다고 하네요 ㅎㅎ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ㄷㄷㄷ





몇 주 전부터 보려고 했었다.

사진전이 열리는 대림미술관에 주말에 올 때마다 사람들이 많아서 매번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이번주가 사진전 마지막 주란 걸 알았고 여친느님께서 하사하신 무려 VIP티켓도 있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사진전에 무사히 입성한 후 잘 둘러보고 대림미술관을 나왔다.


난 전시회나 작품전 등을 갈 때 사전에 예습을 하지 않는 편이다.

예습을 하고 가면 그 예습 떄 봤던 텍스트와ㅏ 이미지들이 전시회에 대한 편견을 줄까봐 그렇다.

사실 예습을 하는게 귀찮기도 하거니와 -_-;; 사실 이게 제일 크다 ㄷㄷㄷㄷ


각설하고...


이번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은 헐벗은 사진이 많다고만 줏어듣고 갔던지라 한 가지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다.

인간의 위선적인 면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거 있잖나.

우리에게 터부시 되어 온 영역이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자신들도 모르게 나타나는 반응들

이런 반응이 매우 궁금했다.



때는 오전 열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지만 오늘이 전시회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미친듯이 줄을 선 정도는 아니라서 그리고 난 무려 VIP티켓을 들고 있어서 바로 입장 +_+)/



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관람객 연령대가 꽤나 다양했는데 4~50대부터 20대 초반까지로 보였다.

수위가 높은 사진 앞에서 4~50대 관람객들은 내 예상대로 약간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고 표정관리를 하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젊은 관람객들 특히 연인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관람하더라. 이런게 세대차이인가?


하지만 웃기는건 앞서 적었듯이 터부 시 되어 오던 영역이지만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에 굉장히 고상한 척을 하는 관람객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람 중의 표정과 행동이 자기도 모르게 뭔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앞에서 서서 꽤나 오랫동안 감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오래 바라보다가 다음 사진으로 시선을 옮길 때의 표정을 보면 재미있다.


난 솔직히 라이언 맥긴리라는 작가를 잘 알지도 못하고 사진이라는 장르를 잘 알지도 못한다. 내가 사진을 알아야 얼마나 알겠는가 ㅎ

그럼에도 난 사진 앞에 오랫동안 서 있는다. 내가 오랫동안 서 있으면 그 다음에 이 사진을 감상하는 관람객 중 소수는 무의식적으로 오랫동안  서 있게 된다.

그러면 난 한두 발자국을 뒤로 물러서서 그 관람객을 바라본다. 그런 "바라봄"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진전은 대림미술관 2~4층에서 전시되고 있는데 2층과 3층의 사진 대다수가 헐벗은 사진이다 ㅎㅎ.

노출수위도 다양하다. 이런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흥미로운 반응이 또 있었다.

노출수위가 높지 않은 사진 앞에서는 관람객들이 평균적으로,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감상한다.

하지만 노출수위가 높은 사진(성기가 노출된 혹은 성행위 중인 듯한) 앞에서의 체류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대림미술관은 자체 스마트앱을 통해서 작품설명을 제공하는데 그런 수위높은 사진에 대해서는 작품에 대한 설명조차도 없더라.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이만 줄이자.



3층에  Q&A Room이란 곳에 맥긴리와의 인터뷰내용을 벽에 붙여놨는데 그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맥긴리라는 작가를 매우 쪼끔 알 수 있었다.(사실 남자라서 큰 관심은 애초에 없었다)

초기 작품 중에 헐벗은 사진이 많은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재미있는 아자씨다 ㅋㅋㅋ

전시된 사진들은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동적인 느낌의 사진들이 많았다.

Animals 시리즈에서는 중심피사체인 각종의 동물들과 서브피사체인 인간나체들 뒤의 단색의 깔끔한 배경들을 통해서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한 사진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Animal 시리즈 북마크를 하나 구입해야지 했는데 아트샵엔 죄다 헐벗은 사진의 북마크만 있어서 실망을 -_-;;

그래서 도록을 살까 했는데 도록까지 살 정도는 아니어서 걍 눈에만 담아두고 나왔다.


3층의 한 부분은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다양한 예술가들의 인물사진들인데 죄다 나체다 므흣...

2층에서 나체에 대한 적응이 어느정도 되어서 올라온건지 관람객의 체류시간이 제법길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 ㄷㄷㄷ

사진전공생인건지 전시된 사진마다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관람객...

이뻤다. 


(응?)



4층에는 뮤직비디오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게 상영되고 있었다.

조용한 음악이 브금(BGM)으로 깔리고 반짝이는 금발가발을 쓴 처자가 맨발로 도시 이곳저곳(주로 차도를)을 뛰어다닌다.

한국 같았으면 쌍욕을 얻어먹고 민중의 지팡이라고 뻥을 치고 있는 민중의 곰팡이들에게 잡혀갔을 법한 영상이다.

이건 나의 매우 주관적인 느낌이었고 위 사진의 저 장면,

STOP이라고 적힌 도로 위를 일상적인 시각으로는 일탈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복장으로 리드미컬 하게 사뿐사뿐 뛰어 가는 장면

이 장면이 묘하게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좀 더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람객이 점점 많아짐을 느끼고는 출구를 나왔다.

사진촬영이 허용되는 사진전이었다. 너무 유명한 사진들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사진찍느라 바쁜 사람들이 많았다.

난 뭐 살짝살짝 도촬해서 몇 장 안찍었다. 도촬이 자랑스런 것도 아니고 ㄷㄷㄷ

(제가 찍은 사진들에 찍히신 분들께서 혹시나 연락하시면 사진은 내리겠습니다. 뭐 대단한 사진이라고 ㄷㄷㄷ)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이 사진전의 타이틀이다.

맥긴리가 생각하는 청춘이란 것에 대한 사진들

내가 생각하는 청춘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청춘을 입시와 취업과 먹고사니즘에만 빠져서 청춘이란걸 가져보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런 것들이 우리의 청춘이란 말인가

서울시청 앞에 촛불을 들고 모이는 청춘

그들을 막으려는 자의 지시를 받은 철제방패와 몽둥이를 든 청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의 나의 청춘을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우리는 청춘이고

나의, 우리의 청춘은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청춘일 수는 없을테니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일탈의 순간을 꿈꾼다.


사진전의 사진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둘러보고 나와서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연초부터 일은 바쁘고 여유는 없고 마음은 심란하고 -_-

이런 그지같은 상황이라서 일요일 오전 늦잠도 마다하고 집밖으로 나와서 사진전을 보러 왔는데

사진전을 보고나니 기분이 뭔가 더 별루다 -_-;;

젠장...

삐뚤어질테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