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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서비스업? 엿이나 먹으라고 해

직업윤리


대형포탈의 사전검색을 해보면, 직업윤리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행동규범이라고 명기되어 있고 영한사전을 찾아보면 Professional ethics라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윤리이다.

우리가 국민학교 때부터 바른생활, 도덕, 윤리라는 과목을 공부해오면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동규범으로 머릿속에 넣어왔다.


다시 직업윤리로 돌아가보자.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행동규범.

아니 직업윤리까지 세분화 해서 파고들어갈 필요는 없을듯 하다.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에서 만들어진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온 국민이 토를 달 수도 없고 토를 달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다.


건축설계라는 직업을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해오던 모 설계사무소의 임원분이 뇌리를 스친다.

현행법규를 무시해가면서까지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여 도면에 반영하고 행정기관에는 관련 내용을 숨기고 거짓을 말하고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매스컴에서 고발하고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시작된 시점에는 행정기관과 건축주, 설계자는 입을 맞추어 또 다른 거짓을 행하겠지. 이런 것도 건축주의 요구에 부흥하는 서비스업의 적업윤리라고 할 수 있나?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서비스업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기본적인 대전제는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불가한 것은 불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현재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다.

성인군자처럼 살아오지도 못했고 그렇게 살아갈 마음이 있지도 않지만 내가 건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생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지식인, 건축인으로서 하루하루가 자괴감이 들고, 내가 배워온 윤리라는 것과 내 행동, 내 작업이 서로 반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 내가 이런 행위에 일부분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괴롭다.


솔직히 내 경력이 얼마되지 않아서 이런 경우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비율이 적다고 한들 나에게 찾아오는 자괴감, 안타까움, 괴로움 등의 감정은 그 정도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깨끗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정도 남의 이야기일꺼라 생각했던 것들이 나에게 찾아오고, 내가 그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며, 일부분 그런 행위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탈무드의 이야기 중에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져라"라는 것이 떠오른다.

나 또한 돌을 던질 수 없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나는 자의던 타의던 간에 돌을 집을 수 조차 없는 똑같은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고, 이렇게 되버린 바에야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나 자신의 신념마저 저버리게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