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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너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와 처음 인연이 맺어진게 벌써 13년 넘게 지났네.
너를 얻기 위해 주말에 소위 노가다 막일을 몇 번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너를 잘 다루기엔 내가 너무나 서툴렀었던 그 시절...
난 몇 주를 방안에 방치하기만 했었지.
하지만 내가 노가다 막일까지 해가면서 얻었떤 너인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으로 의무감에 젖어 너를 열심히 튕겨댔던 기억도 난다.
그땐 왜 그리도 손가락이 아리던지...
왜 그리도 손가락이 내 마음대로 안움직이던지...
왜 그리도 악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지...
너에 대한 애정도 없었던 그 시절 관리를 제대로 안해줘서
앞판에 크랙도 생기고 자잘한 흠집도 많이 생겼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떤지 ㅋ

내가 항상 힘들 때 넌 내 옆에 묵묵히 있어줬지.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미친듯이 술에 절어서 하루하루를 보낼 때
공부는 뒷전이고 뭔가 정신을 완전 팔아버릴만한 곳을 찾고 있을 때
네가 눈에 확 들어오는거야
내 손가락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내 맘대로 움직여줄 때까지
난 너를 튕겨댔었지
내가 잘 치던 못 치던 그건 그때 문제가 되지 않었었어
너를 꼭 안고 소음을 만들어낼 때, 그때만큼은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어
우습지만 나를 기타에 목메게 만들어준 그때 헤어진 여친에서 살짝은 고마운 마음이 있어 ㅎ
그때 내가 기타를 안고 할 수 있는거라곤 단음계 스케일밖에 없었거든
그때의 단음계 스케일은 지금 내 기타실력의 탄탄한 배경이 되어주었어

그렇게 난 너에게 애정이 쏟아부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안되는 실력으로 연주회도 참 많이 나갔던 것 같아
1학년 때 합주 두 번
2학년 때는 합주 두 번에 콰르텟 한 번, 더블 콰르텟 한 번
3학년 때는 독주 한 번
군대에서도 병장이 되고난 후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이 집에서 기타를 가져오는 거였지
F. Sor의 위안이라는 곡의 악보20장정도도 군대에서 다 암기했던 것 같아
복학해서도 듀엣 한 번

이렇게 너와 함께한 내 다학생활은 참 즐거웠던 것 같아
클래식기타 동아리에서 참 많은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지금도 소중한 인연으로 유지되고 있고 말이야.

지금은 내가 사회인으로 소득도 있고 더 좋은 기타를 살 수도 있지만,
너를 두고 다른 기타를 사는게 뭐랄까 참 머뭇거려진단 말야 ㅎ

너와 함께한 13년...
지금도 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너를 들고 회사 지하실로 내려가서
너랑 시간을 보내잖아
그 시간만큼은 참 즐겁거든...
그 시간이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할지언정 말이야 :)
그러고 보니 줄을 교체한지가 오래됐네
이번 주말엔 꼭 새 줄로 갈아줄께
항상 내가 쓰던 다다리오줄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