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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애플 입문기...


2년 2개월의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복학을 했다.
나름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뭔가 특별해지고 싶은
아니 뭔가 타인과는 다르고 싶었던 관념적인 사고가 내 머릿속 어딘가에 박혀있었던 것 같다.
공부엔 마음이 없고 겉치레에 더 관심이 많았던, 마음은 콩밭에 있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필수 어플리케이션을 떠올려보면
일단 AutoCAD, Photoshop, Illustrator, MS Office suite 등...
하지만 난 이런 어플리케이션들이 모두 다 낯설었다.
건축과에 입학하고 군입대를 위해 휴학하기 전까지는
난 모든 작업이 수작업이었다.
홀더를 깎아서 손으로 도면을 작성하고
트레이싱지에 마커, 홀더로 컬러링, 스케치를 해서 핀업으로 발표를 했었던 것이다.
캐드, 포토샵 파워포인트 등은 딴 나라 이야기였다.

전역 후 복학을 하니 적지 않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제도판들의 숫자는 확 줄어있었고 그나마 제도판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예전과 같이 손으로 도면을 그려서 교수님께 받을 크리틱을 준비하다가 과제물을 넣어둔
도면통을 분실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OTL

그 사건을 겪고 나서 나도 캐드로 작업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입대 전에 사용하던 컴퓨터를 가지고 씨름을 했으나 새로 사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다나와 등을 뒤지던 나에게 한 줄기 섬광같이 머릿속을 가르고 지나간 한 대의 랩탑이 있었다.

Powerbook G4

소위 IBM데탑과 애플랩탑 사이의 검토는 시작됐다.

윈도우PC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위에 적었던 모든 어플리케이션의 구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안 이뻤다 -_-;;
파워북의 경우 가격이 살인적이었지만 이뻤다;;;;;;;

그렇다 이뻤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뿌다고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학생들이 윈도우PC로 작업하지만 난 자르고 싶기도 했다;;

파워북을 선택할 경우 오토캐드의 구동은 Bye Bye~이다.
하지만 나머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젠테이션은 가능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됐다.
오토캐드를 못쓴다면 도면작성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거의 윈도우데탑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또 다시 내 머릿속을 가르는 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것은

SketchUP

이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에 간략한 모델링 작업을 하기엔 아주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CAD툴이었다.
그 당시 스케치업에는 LayOut이라는 툴이 없었으므로 
스케일을 맞추고 도각을 그려넣은 그럴싸한 도면은 작성하기 힘들었지만
나름 쓸만했다. (아니 그렇다고 스스로 우겼다 -_-)

그리하여 난 지극히 주관적으로 판단을 하고 파워북G4를 지른다.
이 파워북이 실질적으로 나의 첫 애플컴퓨터이다.

아직도 이 기념비적인(?) 파워북은 소장하고 있다 ㅎㅎ
그래픽카드부분이 고장나서 화면이 정상적으로 출력되지 않지만
타겟모드로 부팅하여 외장하드로 잘 쓰고 있다 -_-;;

결론적으로 난 애플의 디자인에 반해서 입문했다 ㅎㅎ
이뻐서 입문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자알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윈도우PC 환경이 너무나 불편하다 ㅠ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맥에서도 사용가능한 CAD툴은 여럿 있었다.
ArchiCAD, Pro-E, Vectorworks 등등
그땐 왜 몰랐을까 OTL